HOME | TBS뉴스센터 | 지역사회 | 영상소식 | 인물/동정 | 고성소식 | 정치활동 | 문화관광 | 사설/칼럼 | 기업체소식 | 교육청소년 | 공지사항 | 기자수첩

사설/칼럼

안도현 시인 특강, 하루 전날 밤 터무니없이 취소돼

사설/칼럼|입력 : 2023-05-16

58273_90917_10.jpg

   

지난 513(), 오후 3시에 시민문화회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안도현 시인 문학특강이 터무니없는 이유로 갑자기 취소됐다.

   

모처럼 이름난 시인이 박경리와 통영 문학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줄 자리가 마련된 만큼 기자도 현장에 갔었다. 하지만 기자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어젯밤(금요일 밤)에 갑자기 취소하게 돼 미리 공지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현장에서 들어 알게 돼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시민문화회관까지 왔다가 발걸음을 돌린 시민들 가운데 어떤 사람들은 안도현 보러 거제, 마산, 멀리서 여기까지 왔는데하며 안타까워 했다.

   

아무리 시를 모르고 관심이 없다 한들, 한번쯤 연탄재 발로 차지 마라하는 구절은 들어서라도 알고 있을 터. 그렇게 잘 알려진 안도현 시인을 통영에서 만날 기회가 왜 갑자기, 이렇다 할 이유 없이 없던 일이 되었는지 알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왜 갑자기 취소됐는지 통영시청과 통영문인협회에다 물어보니 사정은 이랬다.

   

통영 한 언론사에서 안도현 같은 사람이 통영 시민 정서에 맞느냐’ ‘강연하면 정치적 발언도 서슴지 않는 사람이다’ ‘통영 정서에 맞지 않는다고 너무나도 강력하게 항의를 해왔다. 이런 상태에서 그냥 강행하다 어떤 불상사가 일어날수도 있겠다 싶어서 여기 사정을 안도현 시인에게 설명하기에 이르렀다. 안도현 시인은 강연 안 해도 괜찮다. 이로 인해 문인 협회가 곤란을 겪지 않으면 된다고 말해와 결국 몇 달 전부터 소문을 다 내 놓았던 강의를 하루 전날 갑작스럽게 취소하게 됐다는 것이다.

   

통영시청 문화예술 담당자가 전한 이유는 조금 달랐다. ‘최근 개소식을 한 문재인 전 대통령 평산책방에 안도현 시인이 이사를 맡고 있다는 사실을 얼마 전에 확인해 논란이 있을 수도 있어서 취소하게 됐다는 설명이었다.

   

이렇듯 말이 조금씩 다른데 말하자면 안도현 시인의 정치 성향이 그 이유인 것으로 짐작이 된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언론사에서 이의를 제기했다는 그 내용이 참으로 기가 막힌다.

   

통영 정서통영 시민 정서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어떠하다고 딱 단정 지어 말할 수 있는 문제인가. 통영시민 정서란 것이 자치단체장이 속한 정당을 따르는 정서인가 아니면 원래 통영시민들이 정치라면 손사래 치는 반 정치적 정서를 가졌다는 뜻인가. 1년 전 선거결과를 놓고 보자면 전자의 이유가 그다지 합당하지도 않다. 후자도 이유가 될 수 없다. 그저 막연하게 지난 정권에 선이 닿아 있는 사람이어서 강연회를 열지 못하게 한, 진짜 정치적 이유가 숨어 있는 것은 아닌가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통영시장이야 누가 나서서 그런 사람 통영정서에 맞지 않으니 강연회 열면 안된다고 한다고 해서 옳지 그럼 안 되지!’하고 열지 말라고 할 분은 아니라고 감히 장담한다. 통영시장이 이러저러한 이유로 정치적인 시인은 강연회 열지 말라고 해도 문학과 개인의 정치성향은 별개인데 왜 통영시가 나서서 문학에 정치를 끌어 들이냐하고 도로 다그쳐야 할 언론사에서 거꾸로 된 태도를 보였다니 통탄할 일이 아닌가.

   

사람마다 정치적 행보라는 것이 있고, 어떤 사람이든 어떤 진영이든 그런 행보 때문에 좋을 수도 있고 싫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문학 특강에서만큼은 사적이고 관련도 없는 별개의 문제일 뿐 안도현 시인이 박경리 작가를 설명하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단지 정치적으로 좋고 싫음이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평가가 통영 정서라는 실체가 없는 말로 함부로 시민 정신세계를 규정지어서는 안 된다. 앞으로 어떤 사람이 통영에 와서 마음 놓고 강의하겠는가. 문학이든 음악이든 문화든!

   

이미 강연은 취소되었고, 통영과 통영 문학에 많은 기대를 걸고 먼데서 발걸음 했던 많은 사람들이 등을 돌렸다. 이제 통영이 통영과 박경리와 문학을 가지고 무엇이든 하려 한들 어떤 믿음을 줄 수 있는가. 이런 전례 없는 일이 있고난 뒤에는 다음이 있기가 어렵다. 만회할 방법이 거의 없는 것이다. 그러니 얼마나 안타깝고 비판받아 마땅할 일인가.

   

기자는 안도현 시인이 오면 시집에 사인이라도 남겨야지, 하고 온 통영 시내 서점을 뒤져서 시집을 샀더랬다. 이제 이 시집은 그저 쳐다보기만 해도 내가 다 부끄러운, 어디다 말하기도 뭐하고 가지고 있기에도 뭣한, 희미한 추억이 되어 버렸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이래 놓고 어찌 자초지종도 밝히지 않고 사과 한마디 없는가. 참 야멸차다!





한하늘 기자 okarina098@gmail.com

ⓒ 통영방송 tbs789.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1

작성자 : |비밀번호 :

0/300bytes 

최근뉴스

TEL. 070)7092-0174

09:00 ~ 18:00 (주말, 공휴일 휴무)

회사소개
  • 상호명 : 내고향TV 통영방송789 , 대표 : 한창식, 사업자번호 : 609-20-77639, 등록번호 : 경남 아 00206
  • 주소 : 경상남도 통영시 중앙로 304(무전동) , Email : gsinews@empas.com
  • 대표전화 : 070)7092-0174 , 정보보호책임자 : 한창식(gsinews@empas.com) , 청소년보호책임자 : 한창식
  • copyright ⓒ 2012 통영방송789.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