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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어야 끝나는 교제폭력, 이제는 국가가 죽음을 막아야 한다.
지난 4월 1일 피고인은 전 여자 친구 집에 침입해 잠을 자고 있던 피해자를 무차별 폭행했다. 피해자는 외상성 경막하출혈로 전치 6주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다 숨졌다. 수사가 진행되고 7개월이 지난 오늘, 고(故) 이효정님 교제폭력 상해치사 1심 선고가 내려졌다.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 제1형사부(다)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과연 이 판결은 유가족에게 얼마나 위로가 될 수 있을까? 우리 사회는 얼마만큼 경각심을 가질까? 국가는 피고인이 저지른 범죄행위 무게만큼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며, 피고인은 당연히 책임을 져야만 할 것이다.
교제폭력을 개인 간 다툼 정도로 취급하고 사적인 관계까지 국가와 공권력이 개입할 필요가 있느냐는 인식이 낳은 결과가 이 사건과 여러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는 여러 사건에서 드러나고 있다. 이 사건 피해자는 사망하기 1년 전부터 가해자를 11번이나 경찰에 신고했다. 피해자는 안전하게 보호받고 살고 싶어서 신고했을 것이다.
그러나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수사를 종결했다고 한다. 위험징후는 계속되었지만 피해자에 대한 보호조치는 작동되지 않았다. 가해자를 처벌하는 책임을 피해자에게 맡겨 아무런 법적 조치 없이 끝이 난 결과로 가해자 폭력성과 잔혹성은 더욱 강화되고 피해자를 더욱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현행법에 친밀한 관계 내에서 발생하는 폭력을 다루는 법으로 가정폭력특별법과 형법이 있다. 그러나 두 법 모두 교제관계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지 않아 친밀한 관계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반의사불벌죄를 적용할 경우 보복이 두려운 피해자는 처벌 의사를 밝히기가 매우 어렵다. 이것은 국가가 공식적으로 범죄자에게 면죄부를 주고 있는 것과 같다.
그리고 피해자가 물리적인 상해를 입어야만 공권력이 실질적인 개입을 하여 예방이 아닌 사후 수습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 언제까지 제도 공백을 이유로 처벌이 어렵다고 말할 것이며 얼마나 더 죽어야만 경각심을 가질 것인가?
교제폭력이 급증하고 피해 수위는 점점 잔혹해져 소중한 생명을 위협받고 사망에 이르는 이 순간까지 국가는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 국가는 여전히 여성에 대한 폭력을 범죄화 하는 것을 망설이고 있다. 국가는 교제폭력을 언제까지 개인 간 사적인 문제로 취급할 것인가?
죽어서야 헤어지고 끝낼 수 있는 스토킹 교제폭력, 이 죽음의 사슬을 끊기 위해 국가와 사회는 무엇을 해야 할까? 어떻게 하면 죽지 않고, 일상을 되돌려 줄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정부와 국회는 교제폭력을 사적인 일로 치부할 게 아니라 법·제도에 대한 개선과 대책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이 사건 피해자 부모는 교제폭력은 뇌를 파먹는 것처럼 무기력하게 만드는 악질 범죄라고 하며 21대 국회에서 교제폭력처벌법을 통과시켰더라면, “지금 제 딸은 제 옆에 있지 않았을까요?” 라고 말한다. 교제 살인은 단순히 개인 간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 안전과 신뢰를 무너뜨리는 중대한 범죄다. 이번 사건으로 우리 사회가 다시 한 번 교제 살인 심각성을 인식하고, 더 나아가 이를 방지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따라서 앞으로 재판부가 피고인에게 자신이 저지른 범죄행위 무게만큼 더욱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 주기를 강력하게 요청한다.
경남여성복지상담소시설협의회는 교제폭력 가해자 처벌과
피해자 보호가 제대로 이루어지기를 기대하며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국가는 교제폭력을 법제화하고 처벌규정을 제정하라!
하나. 국가는 현행법에 적용한 반의사불벌죄를 폐지하라!
하나. 국가는 피해자를 보호하는 안전한 보호법을 제정하라!
하나. 이 사건 피고인을 강력하게 처벌하라!
하나. 친밀한 관계에서 일어나 ‘통제행위’를 범죄화하는 조항을 마련하라!
2024. 11. 14.
경남여성복지상담소·시설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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